왜 우리는 어떤 것은 말하고, 어떤 것은 말하지 않을까

단순히 '좋았어요'는 퍼지지 않는다. 입소문을 만드는 심리적 메커니즘 6가지와 리퍼럴 설계에서 놓치기 쉬운 보상의 함정을 설명한다.

왜 우리는 어떤 것은 말하고, 어떤 것은 말하지 않을까

마케팅을 하다 보면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수천만 원을 들인 캠페인보다 의도치 않은 캠페인이나, 사전에 기획되지 않은 고객 후기 하나가 더 오래 살아남는 것을 보는 것이다. 어떤 브랜드는 광고를 거의 안 하는데도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퍼지고, 어떤 브랜드는 엄청난 미디어 예산을 쏟아부어도 조용하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입소문(word of mouth)은 마케팅의 오랜 화두이다. 하지만, 의외로 '왜 사람들이 특정한 것을 공유하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마케터는 많지 않다. 그냥 좋으면 퍼진다고 생각하거나, 인플루언서를 쓰면 해결된다고 생각하거나.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좀더 복잡하고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입소문을 움직이는 심리적 메커니즘들

와튼스쿨의 마케팅 교수 조나 버거(Jonah Berger)는 수년간 수만 건의 입소문 데이터를 분석한 끝에, 사람들이 무언가를 공유하게 만드는 공통적인 심리 원칙들을 발견했다. 그가 저서 『컨테이저스(Contagious)』에서 정리한 STEPPS 프레임워크는 지금도 입소문 마케팅을 이해하는 데 가장 유용한 렌즈 중 하나다.

1. 사회적 화폐 — "이걸 알고 있다는 게 나를 어떻게 보이게 하는가"

사람들은 자신을 좋게 보이기 위해 무언가를 공유한다. 유용한 정보를 먼저 알려주는 사람, 트렌드를 선도하는 사람, 안목 있는 소비를 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구다. 연구자들은 이를 '자기 향상(self-enhancement)' 동기라고 부른다(Wojnicki, A. C., & Godes, D. (2017)).

이 원칙이 마케팅에 주는 시사점은 생각보다 구체적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연결되는 브랜드를 더 기꺼이 이야기한다. 요리를 진지하게 즐기는 사람이 좋은 식재료 브랜드를 추천하는 것, 러닝을 취미로 두는 사람이 좋은 러닝화를 공유하는 것 — 이런 추천의 배경에는 단순한 만족을 넘어 '내 정체성의 일부로서 이 브랜드를 연결하고 싶다'는 심리가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사람들이 공유하기 창피한 브랜드는 아무리 할인해도 추천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2. 트리거 — "어떤 순간에 이 브랜드가 떠오르는가"

버거는 '디즈니랜드와 허니넛 치리오스 중 어느 쪽이 입소문이 더 많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직관적으로는 당연히 디즈니랜드일 것 같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는 치리오스가 더 많다(Berger, J., & Schwartz, E. M. (2011)). 이유는 단순하다. 치리오스는 매일 아침 식탁에 있고, 디즈니랜드는 일 년에 한 번 가기도 힘들다.

이것이 트리거(trigger)의 힘이다. 입소문은 단순히 '인상적인 경험'이 아니라 '자주 떠오르는 경험'에서 더 많이 나온다. 환경 속의 어떤 단서가 브랜드를 상기시킬 때, 그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마케터 관점에서 이 원칙은 "우리 브랜드는 어떤 맥락에서 떠오르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정 계절, 특정 상황, 특정 행동과 연결된 브랜드는 그 상황이 반복될 때마다 입소문의 소재가 된다. 반대로 어떤 맥락과도 연결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인상적인 브랜드라도 곧 잊혀진다.

3. 감정 — "감동이 아니라, 각성이다"

모든 감정이 공유를 유발하지는 않는다. 버거와 밀크먼(Milkman)의 연구는 중요한 구분을 보여준다. '고각성(high-arousal)' 감정 — 경외감, 흥분, 분노, 불안 — 은 공유 행동을 유발하지만, '저각성(low-arousal)' 감정 — 슬픔, 만족감, 평온함 — 은 그렇지 않다(Berger, J., & Milkman, K. L. (2012)).

이 발견은 직관에 반한다. 감동적인 콘텐츠가 항상 잘 퍼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슬픔보다 경외감이, 슬픈 스토리보다 분노를 유발하는 이슈가 더 빠르게 퍼진다. 공유는 감동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의 문제인 것.

이것이 왜 어떤 브랜드의 고객 후기가 특별히 강하게 퍼지는지를 설명한다. "좋았어요"는 퍼지지 않는다.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해결됐어요", "이게 가능하다고?" 같은 반응이 퍼진다. 기대를 뒤집는 경험, 예상을 초과하는 서비스가 각성을 만들고, 각성이 공유를 만든다.

4. 공개성 — "보이는 것이 퍼진다"

한 연구는 흥미로운 현상을 포착했다. 한 동네에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가구가 늘어날수록, 같은 동네의 다른 가구들도 설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것. 패널이 지붕 위에 눈에 띄게 설치되어 있어서, 일종의 '소셜 프루프(social proof)'가 시각적으로 작동했기 때문이다(Bollinger, B., & Gillingham, K. (2012)).

인간은 본질적으로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한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눈에 보일 때, 그것 자체가 광고가 된다. 애플 컴퓨터가 전 세계에서 카페 테이블 위에 펼쳐지는 것, 특정 브랜드의 에코백이 지하철에서 자주 보이는 것 — 이런 가시성이 입소문의 선행 조건이 된다.

디지털 공간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제품을 쓰는 사람이 SNS에서 눈에 띄면, 다른 사람들이 검색을 시작한다. 이 '검색'은 광고가 만든 것이 아니라 공개성이 만든 것이다.

5. 실용적 가치 — 단체 톡방에서 일어나는 일

버거의 연구 팀은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과 '내로캐스팅(narrowcasting)'의 차이에 주목했다.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할 때는 '내가 얼마나 똑똑해 보이는가'가 중요해지지만, 소수의 사람에게 1:1이나 소그룹으로 공유할 때는 동기가 바뀐다. '이게 저 사람에게 얼마나 유용한가'가 기준이 되는 것이다.

이 구분은 한국의 맥락에서 특히 의미있다.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일어나는 추천을 생각해보자. 부동산 카페, 맘카페, 직장 동료 단체방, 등산 모임 — 이런 좁은 채널들에서 퍼지는 정보는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퍼지는 것과 성격이 다르다. 더 구체적이고, 더 실용적이고, 더 신뢰된다.

이것이 '다크 소셜(dark social)'이라고 불리는 영역이다. 카카오톡 링크 공유, 문자, 이메일처럼 플랫폼 외부에서 일어나는 콘텐츠 확산을 말한다. GA나 Meta Ads 같은 일반적인 트래픽 분석 도구로는 어디서 왔는지 추적이 안 되고, 그냥 '직접 유입(direct)'으로 잡힌다. 실제로는 누군가가 링크를 복사해서 단체방에 올린 것인데도. 마케팅 데이터상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구매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신뢰하는 사람이 좁은 맥락에서 직접 보내준 추천이기 때문이다.

6. 이야기 — 정보는 잊혀지고, 이야기는 남는다

마지막 원칙은 어쩌면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인간은 정보를 사실로 기억하지 않고 이야기로 기억한다. 같은 내용을 전달할 때 내러티브 형식이 단순 사실 나열보다 훨씬 더 잘 기억된다는 것은 연구를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된다(Escalas, J. E. (2004)).

브랜드 관점에서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고객은 스펙을 기억하지 않는다. 고객은 자신이 왜 이 제품을 쓰게 됐는지, 그 전에 어떤 불편함이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기억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 이야기의 형식으로.

그러니 마케터가 물어야 할 질문은 "우리 제품의 기능은 무엇인가"가 아니라 "우리 고객이 말하게 될 이야기는 무엇인가"다.

보상이 오히려 입소문을 죽이는 경우

이쯤 되면 자연스러운 질문이 생긴다. "그럼 보상을 주면 되는 거 아닐까?"

조심해야 한다. 심리학의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은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가 서로 간섭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어떤 행동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때 외부 보상이 개입되면, 사람들은 오히려 그 행동을 '보상을 받기 위해 하는 일'로 재해석하고 자발성을 잃는다.

리퍼럴 프로그램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브랜드를 진심으로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추천하던 고객에게 "친구를 소개하면 10,000원을 드립니다"는 메시지를 보내면, 일부 고객은 오히려 추천 행동을 멈출 수도 있다. 이제 추천이 '돈 받는 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상은 불필요할까? 어렵지만 그것도 아니다. 핵심은 타이밍과 구조다. 아직 이야기할 이유를 발견하지 못한 고객에게 보상이 그 동기를 제공할 수 있다. 이미 브랜드를 좋아하는 고객에게는 보상보다 '이야기할 기회'와 '인정받는 경험'이 더 효과적이다.

리퍼럴 시스템을 설계할 때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고객에게 같은 방식의 보상을 제공하는 획일적 구조가 아니라, 고객의 관계 깊이와 동기 유형에 따라 다르게 설계된 접근이 필요하다. 어떤 고객에게는 금전적 인센티브가, 어떤 고객에게는 독점적 경험이나 커뮤니티 인정이 더 잘 작동한다.

마케터가 진짜 물어야 할 질문

이 여섯 가지 원칙을 다시 정리해보면, 결국 하나의 큰 질문으로 모아진다.

우리 브랜드는 사람들에게 '말할 이유'를 주고 있는가?

이 질문은 광고 메시지가 아니라 경험 설계의 문제가 된다.

  • 고객이 이 브랜드를 쓰는 것이 자신의 정체성에 어울리는가(사회적 화폐)
  • 어떤 일상적 맥락에서 이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가(트리거)
  • 각성을 일으키는 순간이 고객 여정 어딘가에 있는가(감정)
  • 제품이나 경험이 밖에서 보이는가(공개성)
  • 이 브랜드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유용한가(실용적 가치)
  • 고객이 전달하게 될 내러티브가 있는가(이야기)

이 질문들에 하나씩 답하다 보면, 입소문을 '바라는' 마케팅에서 입소문이 '구조적으로 일어나는' 마케팅으로 이동할 수 있다.

보상이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보상보다 먼저 이 질문들이 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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